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Bonjour Montréal 1

여행

by bellecolline 2025. 4. 8. 08:13

본문

반응형

여행의 묘미는 누군가와의 동행

아주 오랜만에 언니와 조카 덕분에 몬트리올과 퀘벡을 여행하는 큰 행운을 갖게 되었다.

처음에는 안 간다고 나 바쁘다고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으나 언니는 나도 모르게 예약을 해버렸다.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서 가는 것보다는 안 가는 게 낫겠다고 단념하려는데 언니는 나를 등 떠밀어 재촉했다.

지금 안 가면 언제 가볼 수 있을지 모른다고....

지금은 그럴 입장이 아닌데 하면서 나도 모르게 기대를 갖게 되었다.

호텔비를 하루 그냥 버리는 것이 아까워서 우리는 밤 비행기를 택했고 거의 잠도 못 잔 상태에서 아침 일찍 몬트리올 공항에 내렸다.

우버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하는 동안 캐나다 서부에서 살아왔기에 그다지 크게 다른 점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냥 도시구나...

그런데 다니면서 유럽 같은 감성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옛날 건물들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 유럽과 비슷했고 일단 모든 길 표지판 등 간판이 불어라는 게 또 놀라웠다.

지하철도 프랑스 파리에서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고 불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영어가 공용어이다 보니 모든 몬트리올 사람들은 영어도 잘했다.

전공한 불어를 다 잊어버렸지만 좀 써보고 싶어서 한 마디 물으면 저 쪽은 내가 불어를 하는구나 싶어 빠른 속도의 불어 문장들을 쏟아냈다.

알아듣는 것 반 정도가 될까 말까...

그런데 조카가 태클을 걸었다. 

"이모가 불어를 하니까 다 불어만 하려고 하잖아"

한국에서 온 조카는 영어로 자기가 뭐든 다 해보고 싶어 했다. 

그래서 "너 해, 너 다 해"라고 난 한 발짝 물러났다.

언니와 나는 뒤로 물러서서 조카가 짜 놓은 스케줄에 맞춰 조카의 지휘 하에 부지런히 쫓아다녔다.

3일 동안 몬트리올에서의 일정은 엄청 빠듯했고 먹어봐야 할 것도 많고 가봐야 할 곳도 많았다.

여행 가이드는 쉽지 않은 일 중 하나이다.

우리는 호텔에 들어와서 샤워하고 한숨 돌리며 쉬는 동안 조카는 내일 갈 곳을 먼저 찾아보고, 예약해야 되는 곳은 예약을 하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모든 게 모바일폰으로 되는 세상...

나는 내 나이에 비해 절대 뒤지지 않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이젠 모바일 폰으로 계속 뭘 찾는 건 내 눈이 허락하지 않는다.

게다가 세상에 국내선이라 그런 건지 예전에는 이메일로 받아서 비행기 표를 출력하여 가져갔던 것 같은데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직원이 QR코드를 찍을 수 있게 모바일 폰만 손에 쥐고 있었다.

이렇게 급변하는 세상... 나도 낯설어지는데 더 나이 드신 분들은 어떻게 적응하시려나...

언니와 나는 어딜 가서 무얼 먹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고 다음 목적지로 어떤 교통편을 이용해야 하는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진짜 몸은 조금 피곤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정말 편안한 여행을 하였다.

호텔에 도착하여 짐을 풀자마자 나와서는 유명하다는 베이글 샌드위치 집으로 향했다. 

뭐 베이글이 베이글이겠지라고 생각했던 언니와 나는 한 입 베어 물자마자 서로를 쳐다보며 "음! 음음!!"을 연발했다. 

겉은 바삭하고 안은 부드러우면서 고소한 베이글이 한껏 기분을 들뜨게 했다.

베이글 샌드위치에 들어 있는 연어는 엄청 신선했다.

첫 식사에 감동과 만족감으로 그 맛에 대해 찬미하면서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날씨는 조금 더웠지만 수다 꽃을 피우면서 걷는 길은 피곤한 줄도 몰랐고 주위 풍경을 눈에 주워 담느라 분주했다.

조카는 셀폰을 들여다보며 길을 찾느라 바빴고 교통편 시간을 맞추느라 우리를 재촉했다.

다음 목적지는 먼저 몬트리올에 왔었던 조카의 추천 카페였다.

여기에서 꼭 에스프레소를 먹어야 만한다는 거의 명령급의 추천을 완수하기 위해 버스를 탔다.

이탈리아 이민자였던 로코 퍼르파로(Rocco Furfaro) 씨가 1970년에 설립한 곳이라고 한다. 그는 이탈리아 축구 경기를 시청하고, 카드 게임을 즐기며, 정통 이탈리아 커피를 제공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단다.

현재 카페는 그의 딸인 빅토리아 퍼르파로(Victoria Furfaro) 씨와 손자인 조나단 바넬리(Jonathan Vannelli) 씨가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가족의 전통을 이어받아 카페를 관리하며, 몬트리올 전역에 지점을 확장하고 있다.

아메리카노에 익숙한 나는 그 세련된 조카 덕에 조금씩 에스프레소에 맛을 들이고 있는 터였다.

그런데 오늘은 너무 썼다... 언니와 나는 뜨거운 물을 달라고 하여 섞어서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마셨다.

눈치가 보여서 몰래 섞느라 애를 먹었다.

이태리 사람들은 에스프레소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들었고 아메리카노를 먹는 사람들을 이해 못 한다고 들었어서였다.

다음 목적지는 바로

Mont Royal!!

전망이 너무 멋졌고 한눈에 몬트리올 다운타운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올라갈 때 후둑후둑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길래 우리는 우산도 없는데 어쩌나 걱정했다.

서부보다는 확실히 동부가 습하고 더 더웠고 계속 비 예보가 있었다.

그런데 시원하게 바람만 좀 불고 비는 몇 방울 우리의 더위를 조금 식혀주고는 더 이상 내리지 않았다.

우리는 역시 행운이 따르는 사람들인 것 같다.

천천히 산책하듯 내려오다가 넉넉하고 잔잔한 호수를 봤다. 

너무나도 고요하고 평온한 풍경...

그 누구도 서두르지 않았고 잡음을 내지 않았다.

우리는 잔잔한 호수를 뒤로 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부지런히 버스를 타고 내려갔다.

하필이면 몬트리올 여기저기가 도로 공사 중이어서 막혀있는 길도 많았고 버스 정류장이 옮겨지기도 했고 배차 시간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길을 잘못 찾거나 버스를 찾느라 많이 걸어야 했다.

덥고 습하고 햇빛은 뜨거웠다.

습기 없는 밴쿠버에서 살다 보니 적응이 좀 필요한 날씨였고 익숙지 않은 끈적임에 서울의 날씨가 생각났다.

저녁을 먹고자 했던 곳에 도착했는데 워낙 유명한 곳이라 줄을 한참 설 것이라 예상했지만 우리는 5분 정도 기다리다가 들어가게 되었고 우리 뒤로 길게 늘어선 줄을 발견하고는 행운의 미소가 우리를 향해 손짓하는 것이 보였다.

저녁식사로 우리가 택한 것은 Small plate smoked meat 샌드위치였다.

1928년에 루마니아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대를 이어 지금까지 그 맛과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전통 있는 샌드위치 샵이었다.

곧 있으면 100주년이 된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소화가 잘 안 돼서 이런 종류의 샌드위치는 별로 선호하지 않았었는데 이건 달랐다.

고기도 부드럽고 맛도 좋고 소화도 잘 되었다.

물론 캐나다드라이(Canada Dry)를 곁들여서일 수도 있다.

캐나다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탄산음료 캐나다드라이...

20세기 초 진저에일(Ginger Ale) 탄산음료가 많았기 때문에 당분이 다른 제품보다 없다는 의미로 상표에 ‘드라이’를 넣었다고 한다.

 

이렇게 맛있는 식사를 곁들인 첫날의 일정을 마치고 우리는 호텔로 향했다. 

비행기에서 밤을 새우고 내린 후 잠시도 안 쉬고 다닌 덕에 이 날은 정말 한 번도 안 깨고 꿀잠을 잤다.

몬트리올에서의 첫날밤이 그렇게 지나갔다.

벌써 하루가 다 가버렸다니 몬트리올에서의 남은 2일은 더욱 알차게 보내야겠다.

 

 

반응형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Bonjour Québec  (2) 2025.04.08
Bonjour Montréal 3  (0) 2025.04.08
Bonjour Montréal 2  (2) 2025.04.08
여름 휴가를 떠나고 싶은 이에게  (13) 2025.04.03
몰디브 가 볼까?  (9) 2025.04.03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