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에서의 둘째 날이 밝았다.
알람을 켜놓고 잔 것도 아닌데 우리는 거의 동시에 후다닥 일어났다.
부지런히 하나라도 더 볼 생각에 가슴이 콩닥거려서였을 것이다.
오늘은 내가 너무도 기대하고 있던 올드 몬트리올에 가는 날이다.
작년에 먼저 여행하고 와서 유럽 감성 그대로라고 극찬하던 조카가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강추했던 곳들을 도장 깨기 하느라 또 동행한 조카의 추천 리스트까지 곁들여 다니느라 우리는 시간이 모자랐다.
오늘의 아침은 포르투갈 사람들이 운영하는 치킨 집이었다.
닭고기 자체도 너무 맛있었지만 감자튀김이 진짜 예술이었다.
이전에 방송에서 퀘벡 출신 기욤이 프랑스 출신 출연자와 논쟁을 벌이며 감자튀김은 캐나다가 원조라고 주장하였었는데 그 말을 입증하는 맛이었다.
샐러드도 너무 신선하고 그 소스의 비결을 알아오고 싶었다.
맛있는 음식은 우리의 입가에 미소를 그려주었다.
아침 식사 후 동네 주택가를 구경하며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동화 속에 나오는 예쁜 그림 같은 집이 줄지어 서있었다.
몬트리올에서 한 달 살아보기를 해보고 싶을 정도였다.
그냥 이런 집에서 마시는 커피는 더 그윽할 것 같고 식사를 하게 되면 늘 내가 영화 속 주인공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았다.
언니랑 나는 집들을 구경하면서 와!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을 때 우리의 가이드 조카님은 다음 행선지를 외치며 걸음을 재촉했다.
역시 가이드 직업은 고단하다.
즐길 여유가 별로 없다.
그 덕에 언니와 나는 마냥 물가에 풀어놓은 아이들처럼 철 없이 생각이란 걸 다 내려놓고 이렇게 편해도 되는 걸까라는 물음표를 찍으며 조카의 발걸음에 나란히 발을 맞추었다.
드리어 올드 몬트리올에 입성하였다.
여기는 정말 작은 유럽 같았다.
건물, 도로, 표지판 그리고 모든 이정표들이 모두 유럽을 연상케 했다.
눈에 담기가 벅차고 모두 저장하기에는 나의 뇌 용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우리는 한숨을 돌리기 위해 유명한 카페에 들어갔다.
오메 너무 예쁜 것...
밴쿠버에도 예쁜 카페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몬트리올의 카페는 그 감성이 또 남다르다.
아마도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내 눈을 사로잡기에 넘치는 고매함 때문일까?
커피가 정평이 나 있는 곳이어서 에스프레소를 먹어보고 싶었지만 오늘은 너무 더운 관계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빵으로도 유명하다 하여 크로와상을 주문하여 창가 자리에 앉아서 창 틀을 프레임 삼는 아름다운 사진 한 장의 풍경을 바라보며 약간의 흥분과 감동에 젖어 아주 맛있게 흡입했다.
좀 더 올드 몬트리올을 탐방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고 모든 골목을 누비며 즐거워했다.
Notre-Dame Basilica of Montréal 성당에서 레이저 쇼를 예약한 관계로 우리는 줄을 서기 위해 그쪽으로 몸을 옮겼다.
우린 너무 빨리 줄을 서나 싶었는데 우리가 줄을 서자마자 뒤로 꼬리가 길어지기 시작했다.
쇼가 시작하면 카메라 사용이 금지된다고 방송이 나오기에 그전에 사진 촬영을 마치거나 쇼가 끝난 후 촬영이 가능하였다.
레이저 쇼는 기대 이상으로 부응했다.
화려한 레이저 빛이 천장과 벽을 수놓았는데 난 살짝 감동으로 눈물까지 고였다.
내가 이렇게 숭고하고 멋스러운 광경을 보게 될 줄이야....
사람들의 나지막한 탄성이 들렸다.
쇼가 끝나고 조카랑 언니랑 성당 내부를 둘러보며 성수를 손가락에 찍어서 이마, 왼쪽 어깨 그리고 오른쪽 어깨에 성호를 그으며 기도도 드렸다.
난 가톨릭 재단 중학교를 졸업했기에 성당 분위기에 익숙했다.
감동의 여운을 고이 접어서 가슴속에 넣어두고 우리는 저녁식사 예약을 해 둔 프렌치 비스트로로 향했다.
프랑스에서는 유명한 콩피라는 오리 요리와 다른 두 가지 요리를 시켜서 칵테일 한 잔과 여유를 부리고 호텔로 돌아왔다.
내일은 또 어떤 여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잔뜩 기대하면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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